분명 읽었었는데 하나도 생각이 나지 않았다. 그러면 다 잊어버려야 맞을텐데, 읽어 나가면서 끊임없이 내가 읽은 내용이라는 것을 확인했다. 뒤의 내용은 한 글자도 생각이 나지 않는데, 읽고 나면 반드시 내가 읽었던 내용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는 것이다. 다시금 인간의 기억이란 것이, 아니 나의 기억이라는 것이 정말 이상하게 느껴졌다. 더 이상 실망할 구석이라고는 없으므로, 그냥 이상하기만 했다. 


소설에서 느껴지는 어두운 분위기가 어디서 유래한 것인지 궁금했다. 

너무나 일상적인 상황인데, 서술자인 남편의 목소리는, 그리고 서술대상인 아내의 모습은 무서워보일만큼 어두웠고, 불안했다. 그리고 이러한 분위기는 그다지 낯선 것이 아니라는 점에서, 이러한 분위기가 한강에게서 나온 것인지, 아니면 소설에서 나온 것인지, 그것도 아니라면 언어 자체에서 나온 것인지 궁금했다. 


한가지 더. 그녀에 대한 서술자(남편)의 뜨악한 시선과 그녀의 꿈이 교차로 서술되는 것은, 소설은 과연 누구에게 말하는가에 대한 의문을 새삼스럽게 상기시켰다. 


한편, 그녀의 원초적 기억에 '개고기'의 문제가 있었던 것은 어딘가 모르게 미심쩍은 느낌을 주었다. 이 소설이 멘부커상을 받은 이상 더더욱. 과연 돼지고기나 소고기였어도 이 소설은 멘부커상을 받을 수 있었을까? 만약 그렇다면 다행이겠지만. 

Posted by 문학콘서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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