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몬과 신용카드: 신용(믿음)은 견고하지 않다
카테고리 없음 2024. 7. 30. 00:05 |나는 다른 사이트보다 저렴하다는 점에서 평소 티몬 쇼핑몰을 자주 이용해 왔다.
그런데 얼마 전, 슈카월드에서 티몬 쇼핑몰이 심상치 않다는 소식을 전해 왔다. 할인율이 비상식적으로 높은 상품권을 판매하고 있다는 것이다.
돌려막기를 연상시키는 이것은, 일반적으로 자금에 문제가 생겼음을 암시한다는 말도 들었다.
그리고 얼마가 지나지 않아 나는 홀린 듯이 티몬에서, 그것도 내가 주문할 일이 별로 없는 상당히 고가의 상품을 주문하고 있었다.
결국 문제가 터졌고, 거짓말처럼 판매자측으로부터 상품 취소를 해야 한다는 말을 들었고, 예상대로 티몬으로부터 카드 취소가 불가하다는 통보를 받았다.
티몬은 카드 취소가 불가하므로 현금으로 환불하겠다는 말 같지 않은 말을 했는데, 아무런 사유 없이 카드 취소가 불가할 정도면 현금으로 환불하겠다는 것은 당연히 터무니 없는 거짓말이라는 것을 쉽게 눈치챌 수 있었다.
이런 일이 있은 후 몇 시간이 지나지 않아 포털에서 티몬 환불과 관련된 글들이 넘쳐나기 시작했다.
자주 틀리는 예상을 해본다면, 이 티몬 사태는 소수의 사람들이 손해를 본 단순한 불행으로 끝나지 않을 수도 있을 것 같다.
나는 어느 누구도 적다고 생각하지 않을 금액을 심적으로 포기하고 난 후, 비싼 경험을 했다고 치기엔 그다지 의미 없는 경험이었으므로, 다만 다음 두 가지 점을 느꼈다.
첫째, 코로나 이후 많은 이들이 경제에 거품이 있다고 말해왔다. 하지만 여전히 거품은 애초에 없었던 것처럼, 주식이나 부동산의 호황이 계속되고 있다.
그래서 이 티몬 사태가 심상치 않게 느껴진다. 만약 그것이 맞다면, 즉 이 티몬 사태가 거품이 꺼지는 혹은 경기 침체나 위기로 가는 하나의 길목이라면, 비록 이해하기 어려운 나의 어리석은 판단이었다고 할지라도, 내가 정확히 그 가운데에서 직격탄을 맞았다는 것은 그다지 아깝지 않은 일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이 정도의 역사적 의미라면.
하지만 사실 티몬 사태가 심상치 않게 느껴지는 것은 두 번째 이유와도 관련되는 것인데, 그것은 신용(카드)에 대한 나의 믿음과 관련된 문제이다.
둘째, 따라서 이것이 더욱더 본질적인 것으로, 자본주의가 믿음의 신화라고 하는 상식적인 격언을, 그래서 머리로만 알고 있던 진리를 드디어 비로소 몸소 깨우치게 되었다는 점이다.
신용카드를 지탱하는 것은 바로 신용 그 자체, 즉 믿음뿐이라는 것을.
우리나라에서 손꼽히는 쇼핑몰에서 신용카드로 결제한 상품을, 상품을 받지 못해 환불 절차가 완료되었음에도, 황당하게도 카드 취소는 불가하다는 통보를 받을 줄 나는 이전까지 상상하지 못했다.
티몬이 위험하다는 슈카의 경고에도 내가 홀린 듯 과감한 결정을 한 것도, 사실은 그냥 홀린 것이 아닐 수 있다. 내가 자본에 대한, 신용에 대한, 신용 카드에 대한, 그리고 쇼핑몰이 지탱하는 경제 시스템에 대한 너무나도 강력한 믿음을 갖고 있었기 때문이다.
당근에서 모르는 사람에게 선입금한 것도 아니고, 대형쇼핑몰에서 카드로 결제하고 물건을 받지 못했는데 카드 취소가 불가하다고? 이전까지는 감히 상상하지 못했던 일이다. 나는 나도 모르게 신용카드 혹은 자본의 흐름에 대한 신앙적인 믿음을 갖고 있었던 셈이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자본주의는 그다지 견고하지 않다는 것을, 견고한 시스템이 뒷받침하고 있지 않다는 것을, 눈으로 보이지 않는 허약한, 자본에 대한 사람들의 믿음만으로 지탱되고 있다는 사실을 새삼스럽게 깨닫게 되었다.
EBS에서 여러 번 본 내용임에도, 이제서야 그것을 알았다.
은행에 돈을 맡겼을 때, 우리집 금고에 있을 때보다도 그것이 오히려 더욱 안전하다고 나는 믿어 왔다.
하지만 내가 맡긴 돈은 이미 은행에 없다. 더 많은 이자를 받고 누군가에게 대출되고 난 후이다. 내가 돈을 찾을 때, 그것은 내가 맡긴 돈이 아니라, 나 이후에 다른 사람이 은행에 맡긴 돈일 뿐이다. 즉 자본의 심장인 은행의 시스템은 폰지, 돌려막기와 본질적인 의미에서 하나도 다르지 않다는 것이다.
핵심은 믿음이다. 그 어떤 정책적 뒷받침이 아니라.
그러니까 철두철미한 정책적 보완책이 없어서가 아니라, 자본에 대한, 신용에 대한 믿음이 깨진 순간 뱅크런은 일어나게 된다. 언젠가 믿음이 깨지면, 그 돈은 어디론가 사라진다.
티몬 쇼핑몰이 소비자의 돈과 판매자에게 지급되어야 할 돈으로 (아마도) 돌려막기 폰지 놀음을 했던 것처럼, 티몬 쇼핑몰이나 은행은 본질적으로 구조가 같고, 그것이 견고하다는 사람들의 믿음 외에 그것을 지탱하는 그 어떤 견고한 시스템도 없는 것 같다.
그래서 나는 진정으로, 자본주의는 견고하지 않다는 것을, 허약하다는 것을, 믿음의 신화에 불과하다는 것을 알았다.
그래서 그것은 꽤 값비싼 깨달음 혹은 느낌이었지만, 어쨌든 경험이 아니라 그저 수업료였다.
결론은 없고, 자본주의가 나쁘다는 것은 아니고, 그것에서 여전히 벗어날 수 없다는 것은 안다. 그저 머리로만 알았던 것을 몸소 체험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2024. 7. 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