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명히 노동자에 대해 이야기하고, 복지에 대해 이야기하는 영화인데, 어딘지 모르게 보수성이 느껴졌다. 감독 켄 로치에 대해 검색을 해 본 후, 영화의 많은 부분이 설명되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36년생, 꾸준히 노동계급을 대변하는 좌파영화, 다큐멘터리 기법 등등. 그러니까 영화에 다소 많이 꼰대 같은 면이 있다고 해도, 그렇다면야 그럴 수도 있지, 정도의 느낌.


영화에서 묘사된 지독한 관료주의가 너무나 비현실적으로 느껴졌는데, 이는 내가 지나치게 관료적이면서 동시에 다른 한편으로는 지나치게 인간적인 한국 사회에 살고 있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이 영화에서 관료주의보다 훨씬 더 두렵게 느껴졌던 것은, 관료주의의 끝에 '경찰'의 이미지가 있다는 사실이다. 마치 코흘리개 아이들에게 경찰아저씨가 온다고 협박하듯, 공무원들은 해결할 수 없는 민원인들의 항의에 항상 '경찰'로 대응한다. 더 놀라운 것은 민원인들이 '경찰'이라는 언급에 실제로 무척 겁을 먹는다는 사실이다. "나, 다니엘 블레이크"라고 시위를 한 후, 경찰서에서 지나칠 정도로 쫄아 있는 다니엘 블레이크의 모습은, 정말로 공포스러웠다.


영국에서 (적어도 영화에 의하면) 법은 주먹보다 훨씬 가까이 있었으며, 먼 주먹보다 가까운 법이 훨씬 효율적이고, 효과적으로 대중을 지배했다.

Posted by 문학콘서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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