헐리웃에서 허접한 리메이크 영화가 쏟아져 나오고 있는데, 이것 또한 분명 흥미로운 현상이다. 허접함 말고 리메이크.

그 중에서도 로보캅은 단연 돋보이는 리메이크 영화이다. 원작에서 벗어나지 않으면서도 원작과 다르다. 문제의식은 확실히 우리와 미묘하게 다르다. 아니, 빠르다. 그러므로 2014년의 한국에서는 오히려/여전히/아직도/이제야... 1987년작 로보캅이 더 의미있을 수 있겠다.

재미있는 포인트가 많지만 일단 언급하고 싶은 것은 클라이막스 부분이다. 두 영화 모두 로보캅이 회사 간부를 단죄하는 것이 핵심인데, 1987년 작에서는 회사 간부는 체포할 수 없다는 비밀조항 4로 인해 로보캅이 단죄에 어려움을 겪는다면, 2014년 작에서는 프로그램에 의해 회장을 죽이지 못한다.

그렇다면 어떻게 이러한 위기가 극복되는가. 1987년 작에서는 간부의 잘못이 드러나 회장이 그 간부를 해고해 버리고, 그로 인해 로보캅은 그를 체로할 수 있게 된다. 참으로 흥미로운 설정이다. 그리하여 로보캅은 여전히 OCP의 충실한 '직원-경찰'이다.

하지만 2014년 작에서는 로보캅이 스스로, 자유의지로 프로그램의 제약을 이겨내고 그를 사살한다. 어떻게? 가족에 대한 사랑으로.

그러나 사실 이러한 차이점에도 불구하고 그것이 지니는 의미는 크지 않다. 이러한 개인적인 해결책이 기만이라고 할지라도/아니 기만이기 때문에, '직원-경찰'이라는 로보캅의 정체성이 드러나는 원작에 비해 더 암울해져 버리기 때문이다. 마지막의 프로그램이 그것을 말해주고 있지 않은가?

Posted by 문학콘서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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