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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라랜드(La La Land, 2016)

문학콘서트 2017. 1. 10. 15:13

이상하게 이름이 잘 외워지지 않는 다미엔 차첼레(Damien Chazelle) 감독은 무려 1985년생. <위플래쉬>라는 놀라운 영화를 보고 젊을 것이라고는 생각했지만, 예상보다 더 어려서 놀랐다.


그리고 감독의 첫 시나리오라던 <라라랜드>는 <위플래쉬>보다 완벽하진 않지만, 말그대로 훨씬 환상적인 영화였다.


영화에서는 총 세 번의 환상이 펼쳐진다. 꽉 막힌 LA 도로에서의 노래 장면, 그리피스 천문대에서의 데이트 장면, 마지막으로 재즈바 셉스에서의 피아노 장면.


앞의 두 환상이 이 영화를 흥미롭게 만든다면, 마지막 환상 장면은 이 영화를 비로소 완성시킨다. 다시 말하자면, 이 영화의 모든 것은 마지막 환상 장면으로 수렴한다. 마지막 환상 장면이 없었다면 이 영화는 환상적이지도, 아름답지도, 그다지 특별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환상이 펼쳐진 후 주인공 세바스찬과 미아의 마지막 그 미소로 인해 이 영화는 완성될 수 있었다.


그러니까 겨울에서 봄, 여름, 가을을 거쳐 다시 겨울로 향하는 이 영화의 구도는 그다지 특별하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가을의 마지막 장면에서 세바스찬과 미아가 나누는 대화, 즉 "우리는 어디에 있지?(Where are we)", 그리고 "흘러가는 대로 지켜보자(Just wait and see)"가 계절의 순환과 연결된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


정리하자면, 꿈은 '시작에서 목표'로 가는 일직선적 과정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것은 계절처럼 순환한다. 현실적인 미아와 이상적인 세바스찬이 만나, 현실적인 방법(대중적 밴드)으로 세바스찬이 꿈을 이루고, 이상적인 방법(소극장 1인극)으로 미아가 꿈을 이루는 것처럼, 꿈과 현실은 얽혀 있다. '꿈꾸는 바보들'은 꿈과 현실을 넘나들며, 결코 끝나지 않고 끊임없이 순환될 꿈과, 삶의 과정을 반복한다.


삶? 갑자기 삶이라니. 다시금 겨울에 이르러, 그들은 5년 전의 겨울처럼, 짧은 순간 재회한다. 그리고 세바스찬의 피아노 연주가 이루어지던 5분의 짧은 순간, 그들은 5년을 다시금 '반복해서' 산다. 그 삶은 어떠한가? 아니 질문을 다시 던지자. 그 '삶들'은 어떠한가?


그들은 이별해서 5년을 살고, 다시 (5분동안이지만 충분할 만큼) 함께하며 5년을 산다. 삶은 반복되고, 순환되어 그 '지점'으로 돌아오며, 꿈도 역시 마찬가지다. 그리고 그 삶들은, 꿈들은, 행복하다. 그 '지점'에 그들이 함께 있었고, 어쨌든 그들은 다시금 삶과 꿈을 반복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 이별들은, 마지막 그들의 미소만큼이나 행복하다.


전작 <위플래쉬>가 그러했듯, <라라랜드> 역시 정치적인 둔감함을 보여준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일부러 영화를 정치적인 모호함 속에 내버려두는 것일지도. 그럼에도 이 영화들이 매혹하는 힘은 너무 커서, 잠시 불편함 따위는 잊어버리고 말았다.


이제, 더욱더 다미엔 차첼레를 주목해야 할 것이다.